연맹 연대기 · Smailik
왕인가, 졸인가?
진짜 구상을 알아채지 못한 채 자신이 판을 움직인다고 믿는 이들의 이야기.
서막
밤.
오래된 성의 작은 방에 세 왕이 앉아 있다.
그리고 기다린다.
그들에게는 낯선 처지다.
보통은 사람들이 왕을 기다린다.
문 앞에는 호위병들이 서 있다. 복도에는 고문과 대사, 장군들이 있다. 안뜰에서는 차가운 비를 맞으며 서로 다른 세 깃발 아래 무장한 세 부대가 기다린다.
성벽 밖에는 군대가 있다.
불과 몇 달 전, 그들은 서로 싸웠다.
며칠 뒤 다시 싸울 수도 있다.
왕들 앞에는 커다란 지도가 놓여 있다.
요새.
도로.
강.
나무로 만든 군대 말들.
그리고 작은 왕관 셋.
각각 자기 영토 위에 놓여 있다.
누구도 지도에 손대지 않는다.
가장 젊은 왕이 짜증스럽게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린다.
가장 나이 든 왕은 천천히 와인을 마신다.
세 번째 왕은 말이 없다.
그만이 전에 그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만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묻지 않는다.
마침내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왕들이 조용해진다.
문이 열린다.
여자가 방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아름답다.
궁정 시인들이 찬미하는 연약한 아름다움은 아니다.
오래전에 타인의 인정이 필요 없어져 버린 사람의 평온함이 있다.
그녀는 옅은 노란색, 거의 금빛에 가까운 긴 여행복을 입었다. 옷감에는 아직 빗방울이 반짝인다.
왕관도 없다.
문장도 없다.
수행원도 없다.
커다란 주황빛 고양이가 뒤따라 들어온다.
여자가 장갑을 벗는다.
“실례했군요, 여러분. 길이 너무 험해서요.”
어느 왕도 그녀가 늦었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그녀는 빈자리에 앉는다.
고양이가 옆 의자로 뛰어오른다.
젊은 왕이 그녀를 바라본다.
“우리 편지들을 받았소?”
“일곱 통 모두요.”
그의 손가락이 멈춘다.
그가 보낸 것은 두 통이었다.
여자는 그의 시선을 알아챈다.
그러나 설명하지 않는다.
여행 가방에서 편지 몇 통을 꺼내 지도 옆에 놓는다.
왕들은 첫 번째 인장을 즉시 알아본다.
두 번째도.
세 번째를 보자 가장 나이 든 왕이 술을 멈춘다.
네 번째 편지는 뒤집어 놓는다.
인장은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세 사람 모두 그것을 바라본다.
여자가 자신을 위해 준비된 잔을 든다.
와인을 맛본다.
“자, 그럼.”
왕들을 둘러본다.
“어느 분이 먼저 제게 거짓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른다.
주황빛 고양이가 눈을 감는다.
가장 나이 든 왕이 먼저 웃는다.
“궁정에서 그대를 싫어하는 이유를 이제 알겠군.”
“궁정에서는 저를 무척 좋아해요.”
그녀가 잔을 내려놓는다.
“다만 그곳을 다스리는 분들이 늘 그런 건 아니죠.”
노인이 웃는다.
젊은 왕은 웃지 않는다.
그리고 협상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그녀가 거의 말하지 않는다.
왕들이 말한다.
첫 번째는 두 번째에게 조약 위반을 따진다.
두 번째는 불탄 마을들을 나열하며 요새 두 곳을 돌려 달라고 한다.
세 번째는 그들의 전쟁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듣는다.
때로 짧은 질문을 한다.
“지금 북쪽 요새에는 몇 명이 있나요?”
왕이 답한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 지난달 급료를 받은 사람은 몇 명이죠?”
잠깐의 침묵.
그녀는 이미 다른 왕을 보고 있다.
“장군은 여전히 동부군을 지휘하나요?”
“물론이오.”
“이상하군요.”
그녀가 편지를 꺼낸다.
“어제 저녁에는 다르게 생각하던데요.”
왕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세 번째에게는 질문을 하나만 한다.
“아직도 이 전쟁과 무관하신가요?”
“전혀.”
그 앞에 거래 장부를 놓는다.
“그럼 왜 두 군대 모두 당신의 화살을 사는지 설명해 주세요.”
가장 나이 든 왕이 웃는다.
이번에는 옆 사람을 보고.
그녀는 내버려 둔다.
아직은.
대화가 차츰 달라진다.
왕들은 말을 더 신중하게 고른다.
답하기 전에 더는 서로를 보지 않는다.
그녀를 본다.
누군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알맞은 편지가 탁자 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알맞은 숫자.
알맞은 이름.
그녀는 요새에 곡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안다.
어느 장군이 고리대금업자에게 빚졌는지 안다.
어느 공작이 동맹의 아내와 잠자리를 갖는지 안다.
어느 후계자가 왕관을 조금 일찍 받기를 꿈꾸는지 안다.
아무도 어떻게 아는지 모른다.
마침내 젊은 왕이 짜증스럽게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는다.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잊지 마시오.”
침묵.
가장 나이 든 왕이 웃음을 멈춘다.
세 번째는 천천히 여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녀는 화내지 않는다.
“폐하, 제가 누구와 이야기하는지 잊었다면 벌써 이십 년 전에 교수형을 당했겠죠.”
노인이 작게 웃는다.
그러나 세 번째 왕은 젊은 왕을 거의 안쓰럽다는 듯 본다.
그는 상대가 아직 모르는 것을 이미 이해했다.
그녀는 앞에 누가 있는지 잊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이제 그녀가 말한다.
첫 번째 왕에게는 요새가 필요하다.
그녀가 나무 말을 움직인다.
요새는 두 번째 왕에게 남는다.
대신 첫 번째는 바다로 가는 길을 얻는다.
두 번째는 외국 군대가 국경에서 물러나기를 원한다.
그녀가 다른 말을 움직인다.
군대가 물러난다.
그 대가로 세 번째 왕국의 교역로가 열린다.
세 번째는 대금을 요구한다.
그녀가 금액을 말한다.
그가 반발한다.
그녀는 그 금액의 절반을 빌려 주기로 이미 동의한 상인의 이름을 말한다.
왕이 조용해진다.
지도 위에서 군대가 움직인다.
요새.
도로.
국경.
때로는 왕관도.
처음에는 왕들이 그녀와 다툰다.
그다음에는 서로 다툰다.
그러다 다음 수를 두면 어떻게 되는지 그녀에게 묻기 시작한다.
그 협상이 더는 자신들의 것이 아니게 된 순간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
주황빛 고양이가 깨어난다.
기지개를 켠다.
탁자로 뛰어오른다.
편지 사이를 걷는다.
강을 넘어선다.
작은 나무 왕관을 앞발로 건드린다.
왕관이 탁자에서 떨어진다.
탁.
왕관이 돌바닥을 굴러간다.
모두 조용해진다.
젊은 왕이 떨어진 말을 본다.
여자도.
고양이는 빈자리에 태연히 앉는다.
그녀가 몸을 숙인다.
왕관을 줍는다.
제자리에 놓는다.
“조심해.”
고양이를 쓰다듬는다.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은 왕이란다.”
가장 나이 든 왕이 웃는다.
잠시 뒤 두 번째 왕도 웃는다.
젊은 왕조차 미소를 허락한다.
그리고 협상이 계속된다.
그러나 세 번째 왕은 작은 나무 왕관을 몇 초 더 바라본다.
어째서인지 더는 웃기지 않다.
한 시간이 흐른다.
이어 두 번째도.
이어 세 번째도.
창밖에서 밤이 물러나기 시작한다.
군대 말들이 사라진다.
그 자리에 숫자가 나타난다.
통행세.
보증.
인질들의 이름.
통과권.
기한.
몇 시간 전 서로를 향해 수천 명의 병사를 보낼 생각이던 사람들이 이제 마을 두 곳과 다리 통행료를 놓고 격렬히 다툰다.
여자는 그들의 말을 듣는다.
그날 밤 처음으로 만족스러워 보인다.
왕들이 피 대신 돈을 놓고 다투기 시작하면 —
전쟁은 거의 끝났기 때문이다.
서기가 최종 조약을 가져온다.
침묵이 내려앉는다.
가장 나이 든 왕이 먼저 읽는다.
인장을 찍는다.
두 번째는 조항 두 개를 다시 읽는다.
자신의 인장을 찍는다.
젊은 왕이 남는다.
그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 앞에 조약이 놓여 있다.
곁에는 그의 작은 나무 왕관이 있다.
그는 여자를 바라본다.
“내게 선택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았군.”
“아니.”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당신에게 있던 선택 중 가장 나은 것을 남겼어요.”
그가 웃는다.
그러나 눈에는 더는 웃음기가 없다.
“거부하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늙은 왕조차 술을 멈춘다.
창밖에서 새벽이 시작된다.
안뜰에는 젊은 왕의 기병 수백 명이 기다린다.
탑에는 그의 깃발이 걸려 있다.
여기서 며칠 거리에는 그의 군대가 있다.
수천 명이 그의 명령을 따를 것이다.
여자에게는 군대가 없다.
땅도 없다.
요새도 없다.
왕관도 없다.
그녀 앞에는 편지들뿐이다.
지도.
차갑게 식은 와인 잔.
그리고 주황빛 고양이.
그녀가 왕을 바라본다.
차분하게.
“그럼 당신을 대신할 사람과 이야기해야겠군요.”
침묵.
젊은 왕이 그녀의 눈을 본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가장 나이 든 왕이 천천히 잔을 내린다.
세 번째는 지도 위 작은 나무 왕관을 본다.
몇 시간 전 고양이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바로 그 왕관이다.
이제 아무도 웃지 않는다.
젊은 왕이 반지를 든다.
밀랍 위에서 몇 초 동안 멈춘다.
그리고 인장을 찍는다.
세 번째 인장.
전쟁은 없을 것이다.
여자가 편지들을 모은다.
일부는 왕들에게 남긴다.
다른 것은 가방에 넣는다.
네 번째 편지는 끝내 열지 않았다.
가장 나이 든 왕이 알아챈다.
“그 편지에는 뭐가 있소?”
그녀는 편지를 본다.
그리고 젊은 왕을 본다.
“이제는 중요한 것이 없어요.”
그리고 넣어 둔다.
젊은 왕은 편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는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래서 평생 기억하게 될 것이다.
여자가 밝은 망토를 걸친다. 주황빛 고양이가 탁자에서 내려와 그녀를 따른다.
문 앞에서 가장 나이 든 왕이 그녀를 부른다.
“그대는 대체 누구를 섬기는 거요?”
그녀가 멈춘다.
돌아본다.
세 남자를 바라본다.
세 왕국.
세 군대.
세 왕관.
“오늘은요?”
짧은 침묵.
“세 분 모두요.”
그리고 나간다.
왕들만 남는다.
몇 초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다 가장 나이 든 왕이 창가로 간다.
아래에서 여자가 안뜰을 가로지른다.
병사들과 강철, 어두운 깃발들 사이의 옅은 금빛 형체.
주황빛 고양이가 뒤에서 달린다.
성문이 열린다.
그녀가 떠난다.
군대 없이.
문장 없이.
왕관 없이.
젊은 왕은 아직 탁자 곁에 서 있다.
지도를 본다.
군대를.
국경을.
그러다 자신의 작은 나무 왕관을 든다.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뜨린 바로 그 왕관이다.
몇 초 동안 손에 쥔다.
이제야 다른 두 사람이 훨씬 전에 이해했던 것을 깨닫는다.
그 방에는 정말로 세 왕이 있었다.
그러나 그 판은 그들의 것이 아니었다.